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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당선 관련 떡밥들을 보다가 문득 도쿄의 야마노테선과 사철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라서 적어봅니다.

현재 신분당선 관련된 떡밥하면 그것이 문제가 되면서 급기야 갈등요소까지 번졌던 강남 이북의 노선을 어디로 돌릴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자연스레 떠오르실텐데 실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며 이 부분이 해결되어야 어디로 연장하든 간에 원만한 진행이 가능한것이 분명한 문제가 존재하니 바로 강남 이북의 운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큰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도쿄의 순환전철인 야마노테선과 사철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왜 신분당선 운임에 관한 문제와 관련하여 왠 도쿄권 사철과 시내교통에 관한 이야기냐라고 의문을 제기하실수도 있는데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는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논할 예정이니 일단은 생략하고...

 

일본철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는 주제가 야마노테선이고 심지어 철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도 도쿄의 연두색 순환전철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노선이 야마노테선입니다. 도쿄와 외곽을 연결하는 부도심 터미널을 잇는 노선이라는 점에서 그 과밀과 혼잡도는 세계적인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우연의 일치지만 노선 색상이 서울의 2호선과 같은 계통 컬러라는 점도 그 유명세를 더한다고 할까나요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왜 수도권 사철의 터미널이 야마노테선 주요 지점에 접속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부도심의 위상이라든지 지역적 특성으로만 보기에는 여러모로 의문이 드는 면이 있습니다. 야마노테선 구간중에서 가장 최초로 건설된 구간(구 시나가와선)은 사실 당시 사설철도인 니혼테츠도와 관설철도(철도성의 전신)의 직결운행을 위해 개설된 노선인데 기능적으로는 여객보다 화물노선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민가가 거의 없는 지역을 통과하는 것도 집객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건설비를 싸게 하기위한 대안에 가까웠다고 하는데 더군다나 그 당시의 도심지역은 도쿄역 주변이었고 야마노테선 연선은 아직 미개발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신쥬쿠 일대가 그것도 지금의 도쿄도청이 위치해 있는 니시신쥬쿠 지역은 대규모 정수장이 있는 변두리 지역이었던 케이스라고 할까나

이후 도쿄의 본격적 팽창기 이후라고는 하지만 이후에도 도쿄의 중심 기능은 야마노테선 내부에 집중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설철도가 성장기를 달릴때 왜 도심으로 들어가지 못했는가에 대해서는 단순히 도쿄의 땅값 문제로만 생각하기에는 여러가지로 애매모호한 면이 있는데 도쿄 지하철 같은 경우 사설철도의 계획 노선으로 기획되는 등 초기에는 사설철도에서 적극적으로 덤벼들어 건설이 시작된 케이스도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 세이부 신쥬쿠선 등 터미널역이 다소 어정쩡한 위치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도쿄권 사설철도 상당수가 야마노테선 안쪽으로 약간 들어가려는 의사가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이부 신쥬쿠선의 원래 종착역은 와세다, 도큐 이케가미선의 시나가와 연장, 그 외 신쥬쿠 종착 사설철도의 신쥬쿠 산쵸메 연장 구상의 예가 많았는데 실제로 이것을 전제로 사업면허를 취득했다고도 합니다.

허나 이 계획들은 후에 여러가지 이유 등으로 좌절되지만 더 큰 이유는 이른바 '시내교통 시영주의'라는 도쿄의 시내교통 공영화입니다. 즉 도쿄 시내의 교통을 사설업체가 아니라 시가 직접 버스와 노면전차 사업을 해야한다는 것으로 더 나아가 지자체에서 시내 교통을 독점 운영하는 양상으로 이어진듯 합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일종의 사업통제수순으로 흐르자 아예 사설업체가 운영하거나 건설하는 지하철을 특정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도록 하는 법이 입법화되어 제도고속도교통영단 통칭 에이단(도쿄메트로의 전신)이 성립하면서 이러한 시영주의가 관철됩니다.

전쟁 이후에도 이러한 시내교통 공영주의 정책은 계속되는데 특히 이 시기에 사철이 수도권의 팽창을 바탕으로 도심까지 진출하려던 계획은 상당히 강해서 사업 인가 요청이 쇄도했으나 상술한 '시내교통 시영주의'(이 시점부터는 도쿄도가 성립하면서 도영주의로 바뀝니다.)는 유지되고 있었으며 심지어 이후 도쿄도 교통국 지하철 아사쿠사선의 탄생과 에이단의 도쿄도 직할 법인화 계획 등 도쿄도가 적극적으로 지하철 사업을 직영하고자 하는 모습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구도는 1960년대 들어 지상 교통으로는 더이상의 수송을 감당할수 없게 되면서 노면전차 노선의 지하철화 등 지하철 노선이 확충되고 이와 동시에 지하철 노선과 사철의 중간 거점을 매개로 상호직통연결이 시작되면서 사철이 직접 시내로 노선을 개설하지는 못하더라도 사철의 차량이 지하철을 통해 도쿄 시내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이러한 순혈주의는 한풀 꺾이게 됩니다. 다만 여전히 시내버스는 사철의 터미널에서 변두리로 나가는 노선을 제외하면 도쿄도 교통국 노선이 대부분이고 지하철은 도쿄도 교통국과 에이단으로 나눠먹기가 된 상황이라 완전한 무장해제라고 하기도 뭐한 감이 없진 않지만....(에이단이 도쿄메트로로 민영화되어 대형 사철에 포함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도쿄 시내의 교통사업자 역할은 여전합니다.)

이러한 시영주의를 통한 교통망 구축과 사업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진 배경은 도시 내부의 토지를 교통시설이 점유하게 되어 유효공간을 잡아먹는 사태를 방지하고 효과적인 도시계획을 위해 필요한 부분일수도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이참에 시내 공공교통과 교통사업의 수익성을 배려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러한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버스나 노면전차는 기본적으로 도시내 행정서비스일수도 있지만 일종의 수익사업 성격도 있습니다. 사철처럼 수익 극대화나 최적화까지는 못미치나 일단 균형 수지나 공공사업으로 인한 적자를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이를 위해 지자체가 직접 공공교통에 관한 사업을 관할하는듯 싶습니다.

이런 부분은 지하철로 넘어갈 경우 더 큰 의미가 생기는데 지하철이라는게 지하 굴착 등 감가상각비가 크게 들어가기 때문에 이쯤되면 민간사업자가 스스로 할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규모에 이르면 사실상 공적 자본에 의해 수행되는게 아니면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건 흔한 일이니 영업수지 확보가 생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환승과 별도 노선 운임지불 체계는 수익은 극대화될지라도 여러모로 문제가 생길수도 있는 만큼 연락운임제도와 상호직결운행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입니다.

 

이쯤되면 향후 신분당선의 강남역 이북 연장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설명하자면 즉 신분당선의 고액 운임입니다. 비록 별도 사업자가 노선을 연장할수는 있어도 현재의 고액 운임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이미 수도권통합요금제가 적용되는 다른 교통수단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소지가 높을 뿐더러 엄연한 서울시계내 구간이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도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더군다나 강남-도심 4대문안 구간은 그야말로 쩌는 듯한 교통 트래픽을 자랑하는 축이기에 이 황금라인을 민자 사업자가 그대로 가져가는 것을 그냥 둘리가 만무하기에 상당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서울시에서는 신분당선 운영측에 당장 서울시내 구간은 운임을 동일하게 할 것을 요구할 것이고 신분당선측에서는 겨우 수지를 맞추는 상황에 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게 될 판이니 이쯤되면 이전투구 아니 진흙탕 개싸움 수순으로 흐를 것임은 자명하다 하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예 신분당선 강남 이북은 서울메트로나 서울도시철도 중 한곳에서 사업을 주관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 이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달까....

비록 일본이 공공기관의 사업권 보호 위주로 흐른 반면 우리나라는 초반부터 연락운임 배분체계가 설정되고 지금에 와서는 통합운임제라는 사회주의에 가까운 제도가 도입되는 등 온도차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러한 역사를 보면 향후 신분당선 강남 이북구간의 운임과 운영에 대한 문제가 투영되는 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뭐 정작 노선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긴 했지만 사실 중요한건 운임과 운영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높으니...

 

 PS: 하나 더 추가하자면 도쿄지하철이 마루노우치선 이후 히비야선부터 제3궤조에서 강체가선 구조의 가공선방식이 적용된 배경도 사설철도와의 직통운행 추진이라는 목표와도 무관하지 않은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