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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적자노선 8개 선을 지자체에 맡긴다는 계획이 발표된 바 있습니다.

 지난번 적자노선 민간 매각설로 인해 한바탕 난리가 난 상황에서 민영화라는 단어가 포함되는 이상 역풍을 맞게될 터라 이러한 전략으로 포장??해서 나가겠다는 의도인듯 합니다.

 거기에 당초 민간매각대상이 되었던 노선들 가운데서도 당초 계획보다 상당히 줄어들어 정선선, 진해선, 동해남부선, 태백선, 영동선, 경전선, 경북선, 대구선 이 8개 노선으로 축소된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난제와 문제점들이 남아있는데 어떤 문제들이 숨어 있는지 한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어떤 노선들인가

 이번에 지자체에 맡긴다는 8개 노선 중 정선선과 진해선은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다시피 사실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영업상태가 열악한것은 다들 아실것이니 생략하고 그나마 아까 언급한 정선선, 진해선 2개 노선보다는 나름 양호한 편이나 운행횟수라든지 영업적인 측면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노선들이 몇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경북선, 영동선, 태백선, 경전선, 동해남부선, 대구선 이 나머지 6개 노선입니다.

(2) 개선 효과는 얼마나 될것인가

 다만 2012년 기준 전체 영업적자 3천억원 가운데 겨우 10% 남짓에 불과한 비중이라 별 다른 개선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문제가 있으니 즉 솔직히 철도공사의 수지에서 떼어낸다 해도 별다른 개선효과가 나오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십억 단위의 비용이 절감된다는 점은 가볍게 볼 건 아닐 뿐더러 과거 정선선과 진해선의 영업적자를 합친 액수보다는 그래도 비중이 있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획기적으로 철도공사의 적자해소가 되는 방안이라 하기 어려운 것은 엄연한 사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3) 과연 해당 노선의 가치는 낮다고 할수 있는가

 거기에 정선선과 진해선 외 나머지 노선의 경우 영업적인 측면에서 열세를 보이긴 하지만 노선을 둘러싼 잠재적인 상황을 보면 의외로 흥할 여지가 있는 노선들도 몇 있는데 대표적으로 동해남부선과 대구선입니다. 동해남부선은 부산권 광역전철 계획과 향후 동해종관노선(동해중부선)과도 연관된 노선이라 중요 간선이 될 여지가 많은 상황이고 대구선의 경우 동해남부선 관련해서도 언급했지만 대구권 광역전철의 버프??를 받게되면 대구 근교 네트워크의 하나로 자리잡을 것이고 거기에 대구발 포항경유 동해중부선 방면 열차의 경로로 쓰이게 될 것은 분명하기에 이 2개 노선들의 가치는 상당하다는데 있습니다.

 영동선, 태백선, 경북선, 경전선의 경우는 정선선만큼은 아니지만 상술했다시피 영업적인 측면에서 열세에 놓여 있는 노선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대부분 인구 밀도가 제법 낮은 곳이고 인구 밀집지대도 여러곳으로 흩어져 있는 것은 공통된 사항이며 영동선, 태백선은 인구 밀도도 낮은데다 지형적인 난제로 인해 최소한의 개량조차 어려운 상황인데다 원주-강릉 동서 네트워크가 완성될 경우 그나마 태백선 경유 고정 수요도 날아가니 향후 수요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겠습니다. 경전선은 기점이 부산권이긴 해도 좀 어중간한 위치인 삼랑진에서 분기하다 보니 마산.창원발 서울방면 KTX 등 본선 자체보다는 다른 노선과의 연락선 역할이 더 큰 상황이며 자체 연선 수요는 다소 미약한 편입니다. 경북선은 뭐 어떤 상황인지는 말해봐야 입만 아플 것이고....

 다만 태백선과 영동선은 지금도 그렇지만 여객보다는 시멘트 수송 등의 화물수송만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는 노선이고 그나마 병행하는 38번 국도마저도 선형히 완전히 좋은 편은 아니기에 생각보다는 태백선 연선 자체 여객수요는 꾸준히 존재하는 편입니다. 제천-삼척 고속도로 계획마저도 워낙 낮은 인구 밀도라 사실상 실현 가능성 제로에 가깝기에 태백선의 가치가 죽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경전선의 경우는 그나마 기점이 어중간한 위치에 있어서 그렇지 예타조사중인 부전-마산 복선전철이 개통될 경우 부산권 수요의 영향이 커질 여지가 있는데 어떻게 보면 경전선의 동서 횡단노선 가치는 비로소 그때 실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진주역 등 중간 거점들을 전부 외곽으로 밀어버리는 바람에 미약하게나마 존재하는 로컬 수요마저 거의 죽었다시피한 상황인데 이런 여건은 향후 경전선 활성화에 큰 보틀넥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경북선은.... 약간 판단하기 애매한 느낌이 드는데 어떻게 보면 점촌역을 경계로 빛과 그림자가 뚜렷할 가능성이 높은 전형적인 케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중부내륙철도의 향방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중부내륙철도가 충주에서 백두대간(문경새재)을 넘어올 경우 자연스레 점촌으로의 직결이 유력시되는 노선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중부내륙철도와 연결된 점촌-상주-김천 구간은 그야말로 중앙선에 이은 중부내륙을 관통하는 간선 노선의 하나로 될 것이나 점촌-예천-영주 구간은 전형적인 로컬선의 모습을 띄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구간은 중앙선과 중부내륙철도와의 연락에 의존하는거 외에는 그냥 재주껏 잘... 이라는 생각이 든달까

 

(4) 과연 지자체에서 노선을 인수할 것인가

 이것도 상당한 논란이 되었던 부분입니다. 이 8개 적자노선과 관계된 지자체들이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가도 상당한 문제인데 이와 관련하여 낮은 원가를 보상하는 PSO 부담도 국가에서만 전담하고 있고 그야말로 노선과 관계가 있는 지자체에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철도 영업이라는게 그렇지만 수요가 일정하지 않은 곳은 시기 별로 수송실적이 들쭉날쭉이다보니 그에 따라 차등 지급하다시피하는 PSO와 관련된 예산을 일정하게 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니...

 이런 상황에서 해당 노선과 관계된 지자체의 경우 일본처럼 운영 보조를 위한 지원은 커녕 해당 노선에 특화된 차량의 구매나 유지를 위한 비용조차 지원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배경이라면 국가가 해당 노선의 매각을 시도한다 해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안봐도 뻔한 비디오가 될 공산이 크다는데 있습니다.

 특히 해당 노선과 관계된 지자체 중에서는 강원도처럼 지방재정 자립도가 다른 곳보다 그닥 좋은 편이 아닌 곳이 많기에 설령 인수한다 해도 적어도 5년 이내에 자본잠식파산 상태에 이를것은 거의 기정사실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여차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자립도에 서로가 사이좋게?? 공멸하게될 위험성이 높아질 여지도 존재하는 편이니... 유바리 바이러스??

 여담이지만 일본에서도 간혹 신칸센 개통으로 인한 병행재래선의 제3섹터화 과정에서 그 비용을 누가 분담하느냐를 놓고 JR과 해당 연선 지자체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지난번에 언급한 호쿠리쿠신칸센에서도 병행재래선의 제3섹터화 과정은 우여곡절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뭐 일본에서도 지방교통선을 둘러싼 JR과 노선의 존속을 원하는 지방자치단체간의 신경전도 흔한 마당에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때 과연 지자체들이 8개 적자 노선들을 인수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뭐 그전에 대상 지자체들부터 국가가 철도정책 잘못 취해서 생긴 문제를 왜 우리한테 떠넘기냐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겠지만...

 

 결국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뭐 원래 운영주체인 코레일 내부에서 승부를 봐야하는 것 외에는 딱히 답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지자체 이관 이전에 먼저 지자체에서 해당 노선의 개선비용을 자연스레 일정금액이나마 부담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어떤 방안이든 생각해볼 수 있을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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