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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차량 내구연한에 관한 논란과 관련하여 또 다른 논란거리가 하나 뜬듯 해서 올려봅니다.

 최근 일련의 대형참사로 인한 자숙분위기, 그로 인한 그동안 둔감했던 운송기구의 안전성에 관한 논란이 터지면서 다시 철도차량의 일률적인 내구연한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철도안전법의 해당 법령과 관련하여 철도차량의 검사와 인증 관련한 규정까지 삭제되면서 일각에서 안전문제가 제기될만도 했고 그 부분에 대한 보강이 시급하긴 했습니다만 이번 논란은 이번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다소 성급한 부분이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공업수준이 지금보다 열악했던 과거에는 일률적인 내구연한이 타당했을지라도 현재와 같이 공업수준이 향상되고 대신 철도차량 내구연한에 변수가 되는 요소가 워낙 다양해진 현 시점에서는 모든 차종, 모든 사용조건에 대한 일괄적 규제는 것은 여러모로 한계가 있습니다.

 이는 지하철 같이 지하구간만 다니는 차량은 기후, 온도 등 자연적 조건에서 어느정도 자유롭기에 더 오래 쓸 수 있거나, 비교적 혼잡도가 낮은 구간을 다니는 차량일수록 차량의 회전율이나 부하가 적어 차량의 피로손상 빈도가 낮은 차이 등을 들수 있습니다. 어떻게보면 인제 철도차량 수명의 일률적 규제보다는 전술한 해당 철도차량의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감안한 정밀 안전진단 결과에 근거한 사용연한 부여가 중요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때 단순히 내구연한만으로 규제를 하게되면 관리할때는 사소할지 몰라도 어떻게보면 차량의 관리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를 놓치게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 역설적으로 신규조달차량에 대해 설계수명을 조절하는게 현재 기술로 어느정도 가능한데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이상의 경량화 저강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말은 즉슨 JR동일본의 209계 전동차처럼 재료가 덜 들어가고 내구수명도 좀 짧은 대신 염가의 차량을 대량으로 찍어내서 저런 규제에 대응할 가능성 아니 그렇게 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겁니다.

 이런 과정에서 원가절감 압력이 과도하게 가해져 오히려 안전을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문제는 전술한 209계의 경우 차량의 관리나 검사 규정이 우리보다 엄격하여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한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발상부터 당장에 원가만 빼먹기만 하면 "안전이 뭐임 먹는거임?"이라는 개념이라 대구지하철 화재처럼 이 부분에서 화를 자초하게 되는건 아닌지 여러모로 의구심이 드는 면이 있습니다.

 이게 아니라면 동일수명 차를 최대한 혹사해서 굴리는 습관이 생겨나게 되는데 과거 철도청 시절의 차량운용이 그랬고 지금은 KTX-1의 혹사가 문제가 되고 있으니....

 

 거기에 차량조달의 낭비도 그만큼 가중되는 것은 당연지사가 됩니다. 과거 차령 25년 규제가 있던 시절 1974년 수도권 전철 운행개시 이래 차량의 증결로 차량수명이 한 편성 내에서 들쑥날쑥 해지는 일이 생겼고, 그로 인해 중간차가 모자라게 되면서 제어차들을 휴차시키거나 조성이 안나올 거 같으면 통으로 폐차, 그것도 안되면 구형차에 신차의 인상을 이식해야만 하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철도청뿐만 아니라 같이 운행하던 서울메트로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는데 무슨 저항차 주제에 얼굴은 VVVF 전동차인 개조저항페이스오프이 탄생한게 대표적인 후자의 사례라 할수 있겠습니다.

 

 이 결과가 조달의 난맥상이나 자원의 낭비로만 끝나면 좋겠습니다만 문제는 차량 편성의 증결이 필요한 노선에 대해서도 이러한 부담으로 인해 차량확충을 꺼리게 되면서 9호선처럼 250%가 넘는 혼잡도를 찍건말건 그냥 초기도입 편성 그대로 밀어붙이고 차량 증비에 소극적인 그런 상황이 나오게 됩니다.

 결국 이런 낭비요소와 부담요소는 고스란히 운임으로 전가되거나 아니면 정부보조금 부담으로 전가되던가 할겁니다. 즉 차량투자를 그만큼 늘려야 하는데 저개발국 수출 이런거 외에는 그 돈이 땅파서 나오거나 폐차 처분해서 나올리는 없을 것이고 결국 운임부담으로 가해지는 건 당연한 결과가 될겁니다.

 하지만 운임을 규제하고 있으니 이 부담은 다른데로 전가되어야 할 것이고,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철도회사의 부채로 충당하거나 적자부담으로 가져가라고 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니결국 정부보조금 쪽으로 전가되는 것 말고는 사실상 방안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정작 철도투자 자체를 똥덩어리 취급하는 정부에서 이것을 정말 원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차량의 내구연한과 관련된 규제는 결국 예방적인 규제들, 즉 설계규격에 대한 검증의 엄격화, 그리고 차량의 검수체제에 대한 규제, 차량수명주기 도중의 정기검사 의무, 차량의 수명연장에 대해서는 엄격하되 합리적인 판단기준과 검사의무 부여를 유지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의 비극으로 이러한 검사의무자들의 책임문제가 불거지고 있긴 하나 이들 검사의무자에 대한 행정관리, 그리고 이와 관련된 이해고리를 잘 통제해 낸다면 이게 가장 합리적인 체계일겁니다.

 일본의 경우 통달을 통한 정부가 검수체제를 법정화하여 주기별 정기검사를 하게 만드는 등 예방관리 위주로 가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차령 30년 넘은 차가 아직도 현역으로 뛰는가 하면 일부는 20년도 안되 퇴역하는 등 차령이 일괄적으로 정해져 있기보다는 철도회사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기에 일본의 철도차량 평균 수명이 딱히 얼마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도 국가별로 처한 상황에 따라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일본의 철도차량 검사.인증체계와 비슷한 편이라고들 합니다. 

 

 최근 발생한 비극은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건 당연한 것이고 사라진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수 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까도 언급한 철도차량 검사.인증체계 강화를 위한 노력은 도외시한채 비합리적인 규제를 부활하려는 발상은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철도차량 내구연한에 대한 규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관리체계에 따른 제대로된 검사규정이고 아울러 철도차량 조달체계 개혁을 통한 다른 중견 차량 제작소들의 지속적 경영이 가능한 여건 조성인데 최근의 논란은 중요한 포인트를 소홀히 다루고 있지 아니한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뭐 이렇게된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노후차가 많은 코레일이나 서울메트로에서는 "사용할수 있는 조건이 안좋아지면 그때그때 퇴역시키면 될 문제인데 왜 그렇게 법으로까지 나서는가" 라는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겠습니다만...

 

 

ps: 이번 참사로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고 더 나아가 외국 언론들로부터 가십개망신거리가 되고 있는데 이어 수색상황을 보니 여차하면 그야말로 관공서의 태극기가 깃폭만큼 한단 내려가게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우리나라의 흥망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기에 어느 소속이며 지위고하 모든 것을 막론하고 모든 의혹을 제대로 규명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ps: 이번 참사로 수많은 가족을 잃은 모든 분들 특히 인생의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야만 했던 젊은 영혼들에게 진심어린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