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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정보

일본의 틸팅열차 개발 역사

도곡역 2013. 8. 18. 00:22

틸팅열차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일본의 틸팅열차 개발 역사에 대해서도 한번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일본의 틸팅열차 개발의 시초는 1961년 오다큐전철과 스미토모 금속공업과의 공동연구에 의해 공기 스프링식 자연틸팅 시스템의 FS30X형 시험용 연접대차 개발이 시초입니다. 그 후 오다큐전철과 미츠비시전기가 공동으로 대차 좌우의 공기스프링 압력차를 이용한 공기스프링 스트로크식으로 틸팅장치의 실용화 시험을 실시했으나 당시는 제어 기술이 미숙했던 관계로 기대한 성능을 얻을 수 없었고 실용화는 당분간 보류됩니다.

이후 국철에서도 1968년에 T링크식 자연틸팅시스템의 TR96형 대차를 장착한 토키 15000형 화차에 의해 시험을 실시했으나 링크부의 마찰저항에 의한 동작지연과 동작불량이 확인됩니다. 그 후 링크식에서 선회하여 1969년 링크식보다 확실하게 작동하는 롤러 회전지지방식의 자연틸팅을 채용한 591계 시험전차가 시작 되었고 거기서 얻어진 데이터를 토대로 1972년 381계 전동차가 양산되어 츄오선을 시작으로 키세이선, 하쿠비선에서 영업 운행을 시작합니다.

 

다만 이 방식은 자연틸팅이라는 특성상 완화곡선에서 서서히 증가하는 원심력이 틸팅작동보다 빠른 경우도 있었고 틸팅동작에서 단숨에 최대 한도까지 차체가 기울어지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진동 등으로 승차감에서는 악평을 받을 정도로 381계가 투입된 어느 열차에서는 차장이 취객을 위해 멀미약을 갖추고 있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이 시스템의 개발에는 당시 나고야 철도관리국에 재직하고 있었던 야마노우치 슈이치로도 참여했고 꽤 고생한 경험으로 인해 틸팅열차의 도입에 소극적인 자세로 나오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그 외에 지붕상에 팬터그래프를 직접 싣고 있기 때문에 틸팅 작동시에는 가선의 방향을 일부 변경할 필요도 있었는데 실제로 틸팅을 사용하는 구간은 신규로 전화 된 츄오선 서측(츄오사이선), 시노노이선, 키세이본선, 하쿠비선은 아예 전철화때 팬터그래프의 변위 위치를 고려하여 가선이 설치되었고 그외 틸팅이 작동하는 구간은 다소 한정되어 있었다고도 합니다. 그 이외의 구간에서는 가선 등 지상의 설비가 보강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틸팅기능을 정지하고 운행하게 되고 이러한 애로사항으로 인해 이후 국철 말기까지는 새로운 틸팅열차의 개발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만.... 민영화 이후 새로운 모습이 다시 찾아오게 됩니다.

 

1989년 JR시코쿠와 철도종합기술연구소 합작으로 기존의 롤러 회전지지식 자연틸팅에 공압제어를 부가한 제어진자시스템을 사용한 틸팅디젤동차인 2000계가 등장하게 됩니다. 다만 이 새로운 기술이 실용화되는데는 꽤 어려움이 있었는데 전동차가 아닌 디젤동차이다보니 디젤동차의 특성상 엔진이 차체에 붙어있기 떄문에 틸팅 동작시의 엔진 회전력 전달이 안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즉 틸팅 동작시의 승차감은 해결되었으나 구동장치가 대차에 붙어있는 전동차가 아닌 디젤동차라는게 문제였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엔진 2기의 회전 위치를 다르게 해서 틸팅 동작시의 반작용을 상쇄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여 실용화되고 이 기술의 성공으로 JR홋카이도의 키하 281계 적용을 시작으로 홋카이도 특급의 고속화 신호탄이 터지는데 이어 JR서일본의 키하 187계 디젤동차로 이어집니다.

디젤동차에 적용된 이런 신기술은 전동차 특급으로도 확산되어 1992년 JR시코쿠의 8000계 전동차를 시작으로 1993년 JR동일본의 E351계 전동차, 1994년 JR동해의 383계 전동차와 JR큐슈의 883계 전동차, 1996년 JR서일본의 283계 전동차가 등장하면서 틸팅 전동차의 전성기가 열립니다만 이번에는 유지보수라는 문제에서 발목이 잡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흔히 곡선저항에서 항상 언급되는 내용이 있으니 속도가 빨라질수록 주행저항이 증가하고 차륜과 레일에 횡압이 증가하여 선로의 차륜의 유지보수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JR동해의 383계 전동차와 JR홋카이도의 키하 283계 디젤동차는 대차의 1차 지지측 전후 강성차를 이용한 자기조향기능과 링크식 강제조타대차를 사용해서 문제가 없었으나 나머지는 이 기술이 적용되지 않아 E351계가 투입되는 특급 아즈사 계열용 차량의 증비나 283계 전동차가 운행하는 특급 쿠로시오 계통 차량의 증비는 정작 비틸팅 일반차량이 투입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제어진자 시스템외에도 공기스프링(에어서스펜션)을 이용한 틸팅시스템도 개발되었는데 JR홋카이도의 키하 201계 근교형 디젤동차에서 실용화되고 신칸센에서는 도카이도신칸센의 급곡선을 극복하기 위한 N700계를 시작으로 JR동일본의 도호쿠신칸센용 E5계로 이어지면서 현재로 이어집니다. 다만 이 기술은 JR 재래선 특급차량에만 쓰였던 통상의 제어진자 시스템과 달리 신칸센 고속화에도 활용되고 더 나아가 나고야철도 1600계, 2000계(그 유명한 뮤스카이) 전동차와 오다큐전철 50000계 전동차에도 채용되는 등 활용 범위는 꽤 넓었던 면이 있습니다. 다만 에어서스펜션의 구조적 특성상 최대 기울기 2도 이상은 불가능하다는점이 한계라면 한계이겠습니다만....

 

일본의 틸팅열차 개발 역사를 보면 특이한점이 있으니 서구(통칭 미주와 유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강제틸팅방식이 전혀 없다는게 특징인데 이 방식의 시초를 개발한 유럽에서도 영국 같은 경우는 아예 실용화에 실패한 케이스도 존재하는 등 강제틸팅의 기초 틸팅장치가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 점으로 인해 일본보다도 더 고생한 측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일본이 381계에서 승차감 때문에 약간 물을 먹긴 했지만 롤러지지식 자연틸팅을 기반으로 시기에 따라 부분적으로 변화를 주는 식으로 계속 나아간듯 싶은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또다시 예산 구걸??의 모양새가 나타날것이 불보듯 뻔하겠지만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압식 롤러지지진자 시스템도 비교 연구 대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TTX의 틸팅장치 자체가 워낙 복잡해서 유지보수 문제도 꽤 있는데다 성능도 틸팅 필요선구의 특성을 뛰어넘는 오버스펙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