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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arch.ytn.co.kr/ytn/view.php?s_mcd=0102&key=201309130352048312&q=%B4%EB%B1%B8%BB%E7%B0%ED

대구역 사고와 관련하여 의미심장한 정황이 추가된듯 하여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뉴스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경부.호남선에서 운용중인 ATP(열차방호장치)가 실제로는 잘 운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우택 의원을 통해 드러났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ATP에 어떤 문제들이 있는가에 대해 논하는것과 동시에 대구역 구내 배선의 신호체계 결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철도청은 2003년부터 경부선 등 KTX 직결운행 기존선을 중심으로 고속화와 열차빈도 증강을 위해 자동방호장치(ATP) 정비를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2005년 공사화 이후 나머지는 철도시설공단잘못된 철도 정책의 좀비에서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용어와 명칭에서부터 짐작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유로ATP라 하여 유럽열차제어시스템(ETCS)을 구성하는 하위 기능이며 발리스(선로의 지상자에 해당)와 차상 모니터 등 기초 부품도 이탈리아 운수관련.방위사업체인 핀메카니카 그룹의 안살도 사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이게 잘 구축되고 제대로 돌아갔으면 기존선의 고속화도 상당한 탄력을 받겠습니다만 문제는 이것이 생각했던 것 보다는 좀 버그가 많았다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실제 승무에 종사하시는 현업분들의 이야기에서도 출무 전 ATP 재부팅이 자주 뜨는 현상이 잦았는데 특히 후기형부터 이것을 기본으로 달고 나온 8200호대 전기기관차가 이런 현상이 빈번하여 출무에서부터 출발지연이 꽤 있었다고 합니다. 듣자하니 출고 전 신호 재부팅은 양반이고 심지어 중간 승무교대에서 도착할때까지 잘 돌아갔던 ATP 모니터(ATP의 지시를 운전대에 현시하는 역할을 합니다.)가 갑자기 멎어버리는 바람에 재부팅까지 해서 결국 목적지에 지연 도착하는 상황도 자주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날은 아예 재기동이 자체가 안되는 바람에 관제센터에 승인번호를 요청하는 일도 꽤 있었다고 할까나...

보도 내용중에 ATP를 설치해도 상당수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오간것으로 보아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아까 상술한 ATP 차상장치의 상습적인 버그로 인한 문제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세한건 현업분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알수 있는 내용입니다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ATP의 타당성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자칫하면 철도동호인계의 현재진행형 떡밥인 일본 기술과 유럽 기술의 비교 우위 논쟁으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한 내용이긴 합니다만 사실상 일본제 기술 베이스로 구축되다시피한 철도망에 애초에 뿌리가 다른 유럽제 기술을 도입하면서 이러한 시스템의 차이로 인해 따로 노는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각에서는 'ATP가 고밀도 고속운행을 지향하는 시스템이라고는 하나 애당초 유럽권이 인구밀도가 우리보다도 낮은 편인 점을 감안하면 특정 선구에서의 고밀도 운행 상황에는 다소 안맞는 감이 없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드는데 이럴 바에는 기존의 ATS에 일본의 ATS-P와 유사한 백업시스템을 개발하는게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열차가 국경을 넘어 시베리아대륙을 지나 유럽대륙으로 진출할 것이고 UIC(국제철도연맹) 기준이 유럽열차제어시스템(ETCS)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우리나라도 ETCS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건 약간 좀 막연한 오버액션??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UIC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런 동향은 19세기 초 유럽철도 창업국들의 횡포??에 가까운데다(같은 신호보안장치라도 해당 국가의 특성에 따라 세부적으로 달리질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횡포를 중간에서 제어해야할 UIC는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여러모로 의심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정 이런 상황이라면 어차피 수출용 차량에 ETCS 차상장치를 탑재하면 될 일이 아닌가 싶은데 그런 간단한 방법을 무시하고 우리와 전혀 맞지 않는 시스템을 억지로 들여온 결과가 이번의 사단에 한 몫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 더불어 대구역 구내 배선의 신호보안장치도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폐색 신호기는 존재하나 부본선에서 본선으로 진입하기 직전 포인트에 정지신호를 차상에 전달하는 지상자(바리스)가 없었던것이 드러났는데 만약 이 지상자가 존재했다면 설령 신호를 무시하고 출발했다 하더라도 부본선 진입직전에 경보가 발생하여 본선으로의 돌관??을 막을수 있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이것은 철도시설공단의 명백한 책임소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ps: 얼마전 조사부장님 블로그에서 대구역 사고와 관련하여 엉뚱한 핀트에서 해묵은 논쟁이 또 벌어진 모양입니다. 뭐 과거 고속철 차량 선정결과의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있기도 하고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면도 없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도 이런 주제로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 벌어지는건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