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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ogokstn.tistory.com/62

 링크에서 지난번 ITX 새마을 소요시간 논란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경부/호남선의 신형 신호시스템인 ATP의 문제에 대해 짤막하게 그 부분과 관련된 내용만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그 부분에 대해 전반적인 문제점을 파보도록 하겠습니다. 단순히 그 부분에서만 문제가 되었다면 차차 해결될 일이었겠지만 불행히도 그 문제만이 아닌 여러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니....

 

 사실 코레일 실무자분께도 들은 내용입니다만 열차운행계획 등 내부에서도 ATP에 대한 사후평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합니다.

 일부 차량의 ATP 차상장치도 문제가 있는게 차량 초기 기동 과정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몇차례 재기동 절차를 반복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나 ATP 운용 초기 8200호대 전기기관차에서 유독 문제가 두드러진 바 있으며 어떤때는 끝내 ATP 기동에 실패하여 관제실의 승인번호를 통한 주의 모드로 운행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건 엄밀히 말하면 차상장치측의 문제이긴 합니다만...

 그리고 하나 덧붙여 같은 ATP 차상장치라도 봄바르디어 차상장치는 그나마 제대로 작동하기라도 하는데 안살도 차상장치는 기동 초기 제대로 안먹는건 기본이고 심지어 아예 어떤 경고 메세지도 없이 중간에 꺼져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실제로 길어야 4분 남짓인 중간역 승무원교대에서 교체 승무원이 '갑자기 ATP 모니터가 꺼졌다'고 하는 바람에 안그래도 늦어졌는데 ATP 모니터 조치하느라 연착 시간은 더 늘어나버렸으니.... -_-

 안살도 차상장치 이야기가 나온김에 하는 말이지만 저 안살도 차상장치는 전에 언급한 곡선제한속도 적용 길이가 더 길다고 합니다. 대구역 사고때도 ATP를 끄고 다니는게 문제가 된 바 있었는데 실은 안살도 차상장치의 잦은 오류와 버그라고 하니.... 이쯤되면 사실상 엄청난 돈을 들여 구축한 ATP가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이 문제에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개인적인 견해라 좀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근본적으로는 애초에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부설되어 기본 베이스부터가 일본의 영향을 받은 인프라에 취지는 같을 지라도 기본 토대가 다른 유럽식 시스템을 이식한 이질감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의학적으로 해석하자면 장기 이식에서 해당 장기가 환자의 유전자 등 거부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을 대비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문제가 제대로 커진 케이스에 해당되니...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ATP의 새로운 기능이 필요했다 하더라도 굳이 뿌리도 다른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 없이 현재 사용중인 ATS 개량으로 충분히 커버칠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만약 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유럽열차제어시스템(ETCS) 기반의 ATP보다는 JR에서 사용하고 있는 ATS-P 베이스의 시스템을 국산화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방식으로 개량하는게 나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 ATS-P라는 장치에 대해 설명하자면 현재의 ATS에 일종의 오버레이 되는 즉 백업장치인데 같은 정지기능이라도 각 차량별 제동성능, 최고속도에 따라 제동패턴을 차등화하여 선로용량을 최적화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유럽의 ATP와 같은 포지션이긴 한데 우리나라처럼 색등신호기 확인에 각종 표지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환경에 적합한 시스템입니다.

 어떻게 보면 베이스가 다른 ATP를 무리하게 이식하기보다는 JR의 ATS-P를 베이스로 우리 실정에 맞게 개량하여 우선 열차통과횟수가 가장 많고 KTX 직결 구간인 경부선 서울-옥천, 신동-부산 구간과 호남선 구간에 먼저 시범 설치하고 운용하는게 더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술했다시피 ATS 장치와 용어도 일본에서 생긴 것이고지금 사용하고 있는 ATS도 JR의 기본인 ATS-S와 동일하니 만큼 실제 적용도 수월했을 것이니....

 이와 관련하여 ATP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이유가운데 하나인 기존 ATS 지상자의 전기신호 인식 불량문제는 정작 열차운행횟수가 빈번한 경부선 5현시 구간이 아닌 지방교통선 3현시 구간에서 잦은 바 있었기에 이쯤되면 필요한 곳과 불요한 곳이 어디인지조차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애초에 토대와 지향점이 다른 ATS와 ATP를 양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현재 우리나라 기존선의 난맥을 부채질하고 급기야 지난해 대구역 구내 사고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느낌은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뭔가 의심스러운 것은 감추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경부.호남선 신형 ATP 도입이후 종종 보고된 신호시스템 오류와 2013년 대구역 구내 사고, 그리고 성능이 좋은 차량임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는 새마을호 소요시간... 아무리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이런 일련의 상황을 둘러싼 이면에는 무조건 일본 베이스의 시스템은 배척하고 보자는 '민족주의 바보??'와 유럽철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합작한 모순이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그렇지 않아도 일본 베이스로 부설된 철도에 계속 일본식 시스템만 써야하느냐는 의문도 나름 동의하긴 합니다만일본 베이스라도 그것을 우리실정에 어떻게 피드백하고 개량하느냐에 따라 우리것으로 만들수 있느냐 아니냐가 되는 것이고 그런 사례가 상당히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