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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세월호의 비극, 그리고 2호선 상왕십리역 사고에 이어 철도차량 내구연한에 대한 논란 이면에는 안전의 부재라는 문제의식인데 이와 관련하여 현재 철도 안전대책의 실효성, 그리고 안전대책 부재의 이면에 대해 첫번째로 도시.광역철도 부문에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도시.광역철도 부문의 안전은 그동안 좀더 넓은 포괄적 의미의 철도 안전에 종속되다시피 했습니다. 1974년 8월 15일 지하철 1호선(종로선)과 수도권전철의 개업이래 서울지하철 3, 4호선 개통전까지 통근형 측면 4도어 롱시트 전동차와 고상홈을 제외하면 신호보안장치 등 시스템면에서도 같은 시기에 존재했던 기존 철도와 대동소이에 가까운 모습이었던데다 용어면에서도 지하철, 도시철도 등의 용어는 어느정도 자리잡혔으나 광역철도라는 명칭의 생소성 등 이제야 별도의 시스템으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시스템에 대해서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진보를 이룬것도 사실인데 사회분위기 성숙에 따른 권리주장의 강화와 그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 분위기, 거기에 해외여행 대중화로 해외 경험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철도 서비스 수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니 안전 문제는 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열차 출입문의 자동화나 연결통로의 개량 등 차량설비의 개량, 스크린도어 및 승강장 발판, 안전 펜스 설치, 승강장 비상정지 버튼과 같은 홈 안전대책이 있었으며 또한 광고물이나 역 구내 방송, 차내 방송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이러한 안전 계도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설비 즉 하드웨어적인 부분의 안전은 향상되었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늘상 그렇다고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나 싶은게 바로 저운임 기조의 지속으로 인한 어려운 경영상황과 재정난에 수반된 예산문제로 경우에 따라서는 한쪽에만 편중되다시피한 모습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반이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을 필두로 앞에서 서술한 것처럼 설비를 중심으로 한 온갖 안전대책이 착수되었는데 문제는 아까도 언급한 저운임기조에 수반된 누적적자로 어려운 경영상황이 지속되어 설비 중심의 안전대책마저도 한쪽에 편중되다시피했던 모습이 신호 등 또 다른 중요한 분야에는 예산조차 없었다는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게 스크린도어 등 승강장 안전대책에만 편중되어 신호 등 다른 분야의 안전대책은 윗전으로 밀리다시피한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 사실 이 부분은 최근에도 여전한 문제이며 승강장에서 선로로 추락하는 사고가 빈번해진데다 외환위기 이후 팍팍해진 삶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선로로 투신하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이러한 문제가 부각되어 사실상 그냥 방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승강장 안전대책이 과연 올바른 모습이었냐고 묻는다면 거기에 들어간 예산과 그 예산이 필요한 타당성의 결과, 최근 일본의 승강장 안전대책과 비교할때 쉽게 답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홈도어의 종류에 따라 설치비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서울지하철을 비롯한 수도권전철 구간에 설치된 홈도어는 구축비용이나 공사기간이 짧고 일본에서 절찬리에 사용중인 난간형 홈도어가 아닌 지하구간의 공기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공기밀폐형이라 구축비용과 공사기간이 상상초월 수준이었다는데 있습니다. 이 공기밀폐형 스크린도어라는게 왜 그렇게 고가인가 하면 2호선 강변, 건대입구역이나 일본에서 사용중인 난간형 홈도어와는 달리 기초 핵심이 철제 주(기둥)로 지지되는 구조형태이기에 전체 공사비용 10할중 무려 5할이 이런 기초 기둥세우는데 들어가며 그외 스크린도어 문짝과 검지센서 등의 안전장치까지 합한다면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는데 있습니다.

 거기에 공사기간도 공사 완료후의 테스트 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난간형 홈도어가 구조 특성상 승강장 펜스 설치하듯 빠르게 시공할수 있으니 공사기간이 공사비에도 영향을 미치는 특성을 감안할때 공사기간에서도 거의 넘사벽에 가까운 수준이랄까....

 

 뭐 이왕 돈을 들이는 것이라면 조금 더 안전성에 신경을 쓰는건 당연한 것이고 지하구간의 경우 공기질이 향상되었는데 왜 그것이 예산낭비로 비판받느냐는 반론은 나름 타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메리트를 가 있는 지하구간도 아닌 지상역사의 승강장에도 공기밀폐형이 채택되면서여름만 되면 스크린도어의 복사열로 안그래도 외기에 더운 지상 승강장이 찜통이 되었다는 승객들의 불만??, 그리고 구간열차가 많은 1, 3, 4호선 계통의 특성상 중요하게 작용하는 측면 행선.종별표시기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버린 결과에다 무엇보다도 어차피 승무원이 운전실에 탑승하는 노선인데 신교통 시스템처럼 완전한 무인화 설계로 고도의 설비가 필요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미 여러면에서 필요로 하는 규모를 넘어 불요한 규모에 가깝달까...

 거기에 열차운행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설비이니만큼 1단계 운영부터 열차운행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제대로 피드백하고 반영해야 합니다만 디자인과, 한강,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전임시장의 전시행정을 위해 이러한 영향에 대한 검증과 예산조달에 대한 대책도 없이 1년도 아니고 2년이나 앞당겨진것은 과연 문제가 없다고 할수 있나 싶습니다.

 공사비의 경우에도 물론 이런 투자 자체가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상당한 고가이니 만큼 서울메트로 등 지하철 운영기관 자체조달만 아니라 서울시에서 부담한 비율도 있긴 합니다만 서울메트로의 경우 스크린도어 설치공사가 본격적으로 착수되는 시점에 이미 자갈도상 유지보수문제와 지하터널내 오염된 공기문제로 콘크리트 도상 개량이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안그래도 없는 돈으로 콘크리트 도상 개량작업만 겨우 착수한 상황에 부담이 더 가중되었으면 가중되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미 콘크리트 도상개량을 통해 지하터널 공기질을 개선하겠다고 했다면 오히려 스크린도어보다는 일본이나 강변역에서 사용중인 난간형 홈도어로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대신 콘크리토 도상 개량 규모를 더 확대하는게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이렇게 설비적인 부분의 안전대책에만 치중되면서 인적인 부분의 안전대책은 뒷전이고 이마저도 승강장 안전대책에만 편중되어 다른 중요한 핵심 부분인 신호 등의 보안장치 부품과 유지보수 예산은 세월아 내월아 했으니 예산과 관련된 이러한 복잡적인 요소가 개입하면서 이번 상왕십리역 사고는 이미 예고된 인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니 4년전 한성대입구역에서 신호케이블 노후로 인한 화재로 하루종일 4호선이 파행운행되었던 때부터 상왕십리역 사고의 시한장치는 이미 켜진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안그래도 수도권보다 재정상황이나 경영상태가 어려운 지방광역시 도시철도에서도  이런 모습이 반복되는 건 여러모로 이해하기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 뭐 거기는 상당히 오래된 역사를 가진 수도권과 비교하면 사정이 다른터라 직접 비교하기는 곤란하긴 한데 지상 노선이 대부분인 코레일 노선에서도 공기밀폐형 스크린도어 위주로 정비가 진행되고 있는 등 일련의 상황을 거기서도 답습하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은데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지상 역사같은 경우 공기밀폐형 스크린도어는 효과가 전혀 없을 뿐더러 규모면에서도 불요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데다 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그 예산으로 인적인 부분의 공백을 메꾸는게 더 중요할 것인데.... 이쯤되면 우리가 일본보다 재정사정이 넉넉할 것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