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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주부터 사실상 철도운임의 대폭적 인상 신호탄으로 여겨진 KTX의 역방향 좌석, 출입문측 좌석 할인과 전열차 비수기 주중할인의 폐지 계획에 관한 논란이 일단 현시점에서 일단락되었지만 논란은 아직도 진행중에 있습니다.

 

 KTX의 역방향 좌석은 항상 정방향을 선호해왔던 우리 정서와 정면 배치되는 면이 있고 출입문측 좌석은 구조상 일반실과 비교하더라도 사실상 정가를 그대로 지불하기 어려운... 즉 감성 마케팅 측면에서 봤을때는 상당히 좋지 않는 면이 있기에 이 부분에서는 논란이 일어날 만도 했고 철회되었던 것은 다행이라 할수 있겠습니다만 한편으로 그 동안 코레일의 철도 영업성적과 그것을 둘러싼 배경을 생각해보면 그냥 안심하기는 뭔가 찜찜한 즉 항간에 쓰는 표현중에서 웃프다는 표현이 있는데 바로 이러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KTX의 정규운임(주말/휴일)으로만 생각하면 고속철 보유국가와 비교했을때 저렴한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완전 싸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운 면이 있는데 이는 경합 교통수단인 국내선 항공운임과 비교했을때 시점에 따라서는 국내선 항공이 약간 저렴한면도 있어 KTX의 운임수준은 육상교통가운데서도 가장 비싼건 사실이니 철도운임의 특성상 비탄력적인 특징까지 더해지면 다른 경합 교통수단의 탄력적인 운임과 비교될 경우 당연히 KTX 쪽이 더 비싸보이는 결과가 초래되는 즉 시점에 따라 운임의 탄력성과 비탄력성이 작용한 결과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러니 KTX 수익으로 다른 부문으로의 교차보조가 이루어지고 그것으로 다른 철도사업과 코레일 조직 자체가 유지된다는 말이 괜한 이야기가 아닌 사실상 코레일이 KTX 수입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며 KTX 없었다면 사실상 코레일은 벌써 망하고도 남았다는 의미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KTX 사업만 생각한다면 이미 코레일은 흑자다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럼에도 이번에 운임인상에 가까운 개편 이야기가 코레일 내부에서 나왔다는 것은 안그래도 저운임 기조로 인한 영업난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고속철 등 거액의 건설부채와 거기에 수반된 선로 사용료라는 쌍펀치까지 가세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수순까지 간 상황과 과연 무관하다고 할수 있나 싶습니다.

 경부선 등 간선의 전철화로 운행비용 절감이라는 호재를 만났음에도 영업적자로 인한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지속된 저운임 기조로 인한 어려움이고 결국 저운임 기조를 운임 인상이라든지 어떤 방법으로라도 해소하는 것 말고는 수가 없다는 의미이며 KTX 수입의 교차보조를 통한 유지마저도 사실상 한계에 이르렀다는 상황도 그닥 틀린 말은 아닐겁니다.

 물론 이러한 저운임 기조는 경영상에서의 불필요한 낭비나 방만을 억제하는 요소가 되거나 경제적인 이익을 공공교통 활성화에 환원된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어느 이상 선을 넘게되면 사업 지속이 불가능할 지경의 수익구조가 강제되니 대량의 해고를 반복하고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등 제살 깎어먹기로 이어지고 경영이 파탄나게 됩니다.

 또한 서비스측면에서도 철도 운영기관이 가진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결국 박리다매 내지는 독점이라는 양극화에 기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극단적인 표준화, 설비의 최소화, 운영의 극단적인 단순화 등의 박리다매화와 계속 사라지는 통근열차 등 저가 서비스가 없어지고 고임률 열차만 계속 증가하는 등 즉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저운임기조를 계속 강제했다가 역설적으로 원래 취지와 반대인 공공성의 퇴보가 일어나는 셈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저운임 기조는 승객의 에티켓 부분에서 좋은 모습만은 아닌게 이 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격언을 한번 들어보셨을 것인데 낮은 운임은 그만큼 문턱을 줄이게 되고 좋게 보면 시빌 미니멈의 확대라고 할 수 있으나 반대로 그만큼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양날의 검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범죄나 차내소란 같이 차내 매너에 수반된 트러블 등이 아무래도 빈발하게 되고 그에 따라 양호한 승객들이 좀 더 프라이버시나 쾌적성이 보장되는 다른 교통으로 이전해 나가게 되며 이는 철도수송수요 자체의 감소로 이어지고 사실상 달리는 슬럼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이전에 악명높은 뉴욕 지하철이 최근에 낮시간대에는 좀 안전해졌다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계속 현재진행형인 논란가운데 하나인 노인 무임승차제도의 문제도 사실 철도운영기관의 운영수지 적자를 그대로 떠안는 문제도 있지만 더 나아가 장차 공공서비스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있으며 이면에는 이러한 문턱이 낮아지면서 모럴을 해치는 문제에서도 비롯되지 않나 싶은데 이러한 모럴의 훼손이 단순히 그 당사자와 거기에 직접 피해를 입는 사람의 문제만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철도를 혐오시설로 인식하게 만드는 사회문제로의 확산도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운임을 높게 유지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닌게 경영의 방만화와 부정승차 보상 등의 문제에다사실 타 교통수단과의 경쟁관계에서는 결국 이용객의 급감으로 수익성만 나빠지는 문제도 존재합니다. 실제 일본 국철이 70년대 중반부터 경영파탄을 타개하기 위해 급격한 운임조정을 반복했으나 정작 이용객이 급감해서 경영수지는 개선되지 못한 사례도 있으니....

 

 하지만 독일과 비교할때 광역철도의 수익력은 독일철도 S반의 1/10, KTX만을 비교하더라도 독일의 장거리 여객 수익력의 65% 수준이며 일본과 비교해 보더라도 고속선은 절반 이하, 기존선조차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는 등 사실상 그동안의 경영난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지 않은게 이상하다 해도 틀린말은 아닙니다.  

물론 일본 버금가는 수송밀도를 자랑하니 유럽이었다면 파산하고도 남을 운임수준임에도 10% 수준의 마진율이라는 결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데 하지만 이런 체제를 두고 운임수준이 충분하다, 비용구조가 썩어서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뭔가 악의가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러니 정선선 같은 지방 로컬선의 활성화와 할인제도를 통한 수요밀착적인 대응의 여지도 전무한데 이건 뭐 복지를 하는 레벨을 넘어 이제는 그러한 복지도 지속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결국 적정 운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 재무자립구조에서의 안정적 수송개선 활성화 -> 그로 인한 승객증가가 운임수익으로의 누적이라는 선순환 구조의 구축이 기조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기조하에서 자립의 여지가 있어야 서비스 개선이나 신규사업 창출같은 재투자가 있을 것이고 그러한 투자로 인한 편익이 사회로 이어지면서 그대로 공공성이 지속될 것이니....

 여튼 여러모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그 동안의 저운임 기조와 그로 인한 문제가 과연 올바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한번 되돌아보고 저운임기조로 인한 영업성적의 결손을 어떻게 메워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호가 아닐까 싶습니다. 덤으로 그 동안 철도영업자체에 오히려 도움이 안되는 상하분리체제를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철도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잘못된 개입 차단은 필수일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