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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키워드의 세번째 칼럼으로 이번에는 차량의 종류에 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철도민영화를 지지하는 근거중 하나가 한 철도사업자에서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차종과 그로 인해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입니다. 아무래도 국가의 통제가 적다보니 경영 계획을 자유롭게?? 짤수있어 차량 도입이라든지 차량 디자인등 차량과 관련해서는 계획을 다소 유연하게 짤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는 주장인데 사실 여러모로 타당한 면이 있긴 합니다만 과연 그런 특성이 무조건 그렇다고 할수 있는지는 여러모로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대도시권 통근 대책과 관련하여 항상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JR의 수도권 보통.쾌속열차 그린차 서비스인데 중간에 2층 부수차를 끼워놓고 일정구간 그린 요금을 추가로 받는 형태로 이용이 가능한 형태입니다. 그 외에 관광에 특화한 차량을 운용하거나 JR큐슈처럼 전문 디자이너를 고용하여 차량의 디자인 효과를 노리는 등의 접근은 과거 국철 체제에서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런 다변화로 증수와 철도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방식이 과연 민영화 이후에 등장했다는 것이 과연 사실인지는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도 특급 후지의 전망차와 그외 정기열차의 1등차 등이 있었고 이후에도 컴파트먼트 개념의 차량이 존재하기도 했습니다.

상술한 대도시권 통근열차의 그린차 서비스도 예전부터 장거리 완행열차나 근교형 전동차에도 존재했다고 합니다. 근교형 전동차의 경우 113계 운행때부터 개시되었으니 민영화 이후에는 2층 차량의 등장 등 새롭기 보다는 서비스의 강화로 이어졌다고만 할수 있는데 여담이지만 근교형 전동차의 그린차 서비스도 수도권에는 계속 유지되었으나 간사이권에는 이미 민영화 전에 폐지되었다고 합니다. 사철과의 경쟁이 격심한 곳에서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좀 이해가 안가긴 합니다만.... 더 나아가 관광특화차량의 경우도  1961년 모리오카 철도관리국의 다다미방이 시초였고 국철시절만해도 조이풀트레인의 차량이 300량 가까이 재적하고 있었을 정도입니다.

 

관광열차와 관련하여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과거 일본국철은 관광모객에서 센 위치에 있었고 수익을 위해 아예 역에서 여행알선이나 여행상품 상담을 개시하기 시작하면서 J모 그룹 등 여행업계에서 정부를 상대로 규제를 호소할 정도까지에 이를 정도로 그 지위가 확고했는데 정작 관광특화차량 등 수요증대책이나 서비스 다양화에 그렇게 목매지 않았던 모습은 일본국철의 관료주의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수 있겠습니다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그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문제가 아니었던게 국철 입장에서는 1950년대 이르러 급증하는 철도 수요로 인해 차량 확보 문제가 골칫거리였다고 합니다. 조이풀트레인의 경우도 초창기에 당장 시급한 객차를 전용하는 일이었기에 종종 태클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고 차량 신조가 수요의 한참 뒤도 못따라가니 구식의 객차를 개조하는 예도 상당히 많았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한동안 103계, 113.115계, 0계만 주구장창 생산된 것도 당시의 차량 신조능력 한계와도 무관하지 않은듯 합니다.

이후 좀 숨돌릴 틈이 오면 그때부터는 적자상태가 시작되면서 정작 재정 문제로 차량을 신조하지 못하거나 철도관광상품을 개발하지 못하는 여건이라고도 할수 있겠습니다. 적자전환이 1964년, 아예 자본 잠식에 이른것이 1970년대이고 아예 사실상의 파탄상태에 빠져 폐차부품 재활용이니 버스 부품 공용화니 이런 모습이 나오기까지 한때가 1980년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소한 이야기지만 당시 국철이 공기업이던 시절에는 수요 차별화 같은 것을 했다가는 집단적 민원이나 정치적 압력이 처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가뜩이나 정치력에 번농당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더 이상의 정치적 압력이 가해지기 쉬운 모습은 만들지 않을려고 했다고 할까나요...

또한 특급같은 서비스의 경우 요새는 유명무실하다못해 이런 일이 나왔다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정도지만 국철시절 초창기에는 차량이용에 대한 계급 관념도 강했다고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이것이 정말 심한 상황이었고 이후에도 이런 모습이 사라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린차라는 명칭도 과거 3등급제에서 2등급으로 넘어올때 명칭에서의 위화감이나 이에따른 계급적 관념을 타파하려는 의도였으니 당시에는 현재처럼 서비스 차별화니 이런건 거의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하겠습니다.

 

즉 이러한 과거의 모습을 감안할때 현재의 모습은 분할 민영화 이후 새롭게 등장했다기 보다는 과거부터 쭉 이어내려온 경향을 더 강화했다는게 적절하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것은 과거부터 높은 운임을 받아온 턱에 재정적 여유가 있고 워낙 수요가 많기도 했지만 이제는 수요가 정체 혹은 감소기에 이르면서 이런저런 시도로 증수를 노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JR 여객사중에서 차량 다변화가 활발한 곳이 있으니 바로 JR큐슈입니다. 전문 디자이너를 통해 신칸센이나 특급차량은 말할것도 없고 심지어 통근열차까지 차량의 디자인을 부각하여 화제를 모으고 각종 관광열차를 고유 디자인으로 교체하여 일부러 타고싶은 심리를 유발하는 등 큐슈 지역의 불안한 기반 수요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몇차례 화제가 된 바있습니다. 참고로 해당 디자이너의 전시회도 유명한 전시회 중 하나로 알려져 있을 정도니.... 이건 뭐 일본판 기아자동차라고 할까나요....

 JR큐슈와 대조적인 곳이 있다면 바로 도카이도신칸센을 보유하고 있는 JR도카이를 들수 있는데 거기는 N700계 이래로 아예 차종 단일화가 두드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N700계 이래 300계를 광속으로 갈아치우더니 이제는 파생형인 N700A를 도입하여 남은 700계마저도 교체하고 있으며 재래선에서도 313계 근교형 전동차와 313계의 디젤버전인 키하75계로 통일하는 상황입니다. 그외 특급형 차량인 383계와 키하 85계는 아직도 굴러다니고 있고 후속모델에 대한 이야기도 없어 사실상 JR도카이의 플래그는 N700계와 313계라는 말도 그닥 틀린 말은 아닙니다.

JR동일본의 경우 최근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E233계로의 도배가 진행되고 있고 신칸센의 경우 도호쿠신칸센 거기에 호쿠리쿠신칸센 예정까지해서 E5/E6/E7 3종 파생형으로 통일될 조짐이 보이는 등 JR동일본에서도 차종 단일화 조짐이 있긴 하지만 거기는 워낙에 관할 범위가 넓은데다 차량 도입시기에 대한 시차도 꽤 있으니 만큼 JR도카이처럼 완전한 차종 단일화와는 거리가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이런 점에서 민영화와 다양한 차종의 관계가 항상 비례한게 아닌것이 아이러니라면 아니러니겠습니다만....

 

운영과 이용에서도 풍토적 차이가 존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승객들이 무궁화와 새마을의 차이점... 하다못해 정차역도 구분하지 못하고 심지어 운영측에서도 선택정차라는 명목으로 정차역이 일정하게 정해져있지 않고 완전 얽히고 섥혀있는데 비해 일본은 열차 종별도 지역에 따라서는 상당히 많고 한 노선의 특급도 명칭과 정차역이 다양하니 시각표를 봐야 이용이 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처럼 거의 극한에 가까운 단순화와 편의성으로 편제된 상황에서는 사실상 이러한 시도는 어려운 부분도 존재합니다. 이것은 승객의 마인드도 있지만 운영측에서도 당장 무궁화와 새마을의 정차역 차이도 명확하게 하지 않고 있으니....

이러한 점을 감안할때 민영화가 과연 차량의 다양성에 부합하다고 할수 있는지는 좀 생각해볼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해당하는 케이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