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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4월 25일 일본철도 개업이래 단일사고로는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JR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가 일어난지 벌써 8주기가 되었습니다. 8년이 지났지만 이 사고의 생존자와 사망자의 유족들은 아직도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등 사고의 여파로 인한 충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라고도 할수 있겠습니다.

 사고의 원인과 인명피해가 커진 이유에 대해서는 JR서일본 운행관리체계의 허점, 현실을 무시한 다이아(시각표), 곡선제한속도 설정의 문제, 차량 구체 재질의 문제 등 여러가지가 얽힌 복합적 요소라고 할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사고의 싹을 키운 정시운행 다이아의 문제와 JR서일본의 조직과 노무관리 체계를 둘러싼 배경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사고현장이 위치한 JR서일본 어번네트워크 구역은 과거 국철 그 이전 철도성 시절부터 병행하는 간사이 사철과의 승객쟁탈전이 벌어지는 즉 레일로드 타이쿤의 실사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답니다. 이 정도가 얼마나 심했냐 하면 한큐의 특급, 케이한의 K특급, 한신.산요 직통특급, JR의 신쾌속 등 속도로 승부하는 열차 종별은 말할것도 없고 JR 노선 연선에 한큐, 한신, 킨테츠의 소요시간 광고가 걸리는가 하면 사철 노선 연선에 JR의 소요시간 광고 홍보 등 광고를 둘러싼 신경전도 벌어질 정도입니다.

 이러다보니 JR서일본에서는 출범 이후부터 신쾌속 221계화를 시작으로 도카이도산요본선의 120km 증속 그것도 모자라 원래 한와선의 쾌속 사양으로 도입된 223계를 130km로 성능을 높여 95년부터 신쾌속에 도입하고 99년부터 아예 221계는 쾌속으로 내려보내고 신쾌속은 223계만의 운용으로 시속 130km 질주를 시작하는 등 사실상 최고속도로 전쟁이 벌어지고 JR의 직원과 승무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전쟁에 대한 의식이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전쟁에서 정시운행은 그야말로 전쟁 승리의 키포인트라고 할수 있습니다만 문제는 이것이 아예 실제 운행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완전 다이아 쪼여 죽이기에 가까울 정도였다는 겁니다. 보통 정차시간의 경우 기관사(운전사)와 차장 2인 1조에서는 보통 승차인원이 적다해도 출입문 열고 닫는 시간과 그 동작을 실행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최소 30초가 보통인데 여기서는 30초도 안되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일부는 사실상 출입문을 열었다가 10초도 안되 다시 닫는 일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거기에 평시 운전속도=영업 최고속도 이렇게 평시 운전에도 영업 최고속도로 질주해야 하는 등 아예 지연발생을 고려하지 않은 빡빡한 다이아다 보니 어디 한쪽에서 몇초가 늦어져도 그냥 지연으로 연결되고 아예 다이아 회복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후쿠치야마선의 사고 구간을 운행했던 운전사들의 증언에서도 거기는 어떻게 해도 그냥 늦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면 이건 사실상 실제 운행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다이아라고 해도 할말이 없을듯 합니다. 저도 덴고 파이널에서 223계 신쾌속을 해봤습니다만.... 이건 뭐 사람 피말려 죽이는 수준이더군요 ㄷㄷㄷ

 

 그리고 JR서일본의 조직에서는 노무관리상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으니 바로 그전부터 계속 사회적 도마에 오르고 있던 일근교육이 행해지고 있었는데 그 일근교육이라는게 말이 문제를 일으킨 승무원의 교정과 근무기강 재교육이라는 목표지 실상은 그게 아니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양인듯 합니다.

 이런 대규모 조직이나 상술한 정시운행과 경쟁 사철과의 승리를 위해서는 다름아닌 인적자원의 제대로 된 관리라는게 생명인데 사고 정황을 보면 이러한 관리가 엉뚱한 방향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할말이 없는 상황인듯 합니다. 그 일근교육의 실상을 보면 상관과의 면담, 선로 잡초 뽑기, 사규 옮겨쓰기, 차내 청소 등 실제 철도차량 운전에 종사하는 현업 분들이나, 철도차량 운전면허 교육생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실시되는것은 양반이고 상관과의 면담이나 사규 옮겨쓰기는 사실상 말이 교육이지 상관의 폭언에 가까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있었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심한 경우 사실상의 집단 폭행까지도 있었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사고 이전부터 자살한 JR서일본 직원문제가 불거지는 등 위태위태한 상황이 반복되다가 결국 4월 25일 제대로 사단이 나버렸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이 논란과 관련하여 JR서일본 이외의 JR 각사의 일근교육 실태에 대해서도 도마에 올랐는데 JR동일본과 JR큐슈의 경우 문제가 된 JR서일본과 같은 수준의 일근 교육은 없다는 것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일근교육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은 현재진행형인듯 합니다.

 그리고 일근교육과 관련하여 한가지 충격적인 사실이 있으니 이 일근교육의 시점과 목적이 다름아닌 국철 분할민영화였다고 합니다. 분할 민영화 이후 과거 노조출신 재입사자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바 있으며 즉 노조의 조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도 깔려있었는데 이는 당시 일본 총리인 나카소네 총리마저도 묵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민영화의 문제점이 결국 제대로 터진것이라고도 할수 있지만.... 역시나 민영화가 만악의 근원입니다. -_-

 

 2005년 4월 25일의 비극은 어쩌면 아무리 거창한 목표라도 제대로된 인적자원 관리가 부재할경우 그 시스템은 그냥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넘어 괴물이 된다는 교훈을 남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째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뭔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할까나요....

 

 

 

ps1: 사상최악의 참사 시즌6에서 방송된 내용인데 32분쯤 되면 그 일근교육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완전 뜨악수준이더군요 ㄷㄷㄷ 헌데 저기에 나온건 빙산의 일각이고 실제로는 저것보다 더 지독한것도 있었을 정도라고 하네요

ps2: 듣자하니 국철 분할민영화를 달성한 나카소네라는 자가 알고보니 역사교과서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 중의 하나라고 사실상 선구자였다고 하는군요 역시나 사회전반적으로 보면 결코 좋은 인물은 아닌듯 싶습니다. -_-

ps3: JR서일본의 노무관리와 빡빡한 스케줄을 보면 왠지 SM이 떠오르는건 어쩔수 없는것 같습니다. -_- 뭐 JR 대도시권 노선들의 다이아가 전반적으로 빡빡하긴 해도 JR서일본의 어번네트워크는 유독 심하다고 할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