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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서울-신창 누리로와 경춘선 ITX-청춘 탄생때마다 등장하는 만성적인 문제이고 향후 전철화 간선의 급행.특급을 EMU(전동차)화 계획으로 인해 계속 문제가 될 소지가 높은 사안이 있으니 바로 코레일의 여객사업부와 광역사업부간의 알력과 다툼으로 인한 열차 운영계획 난맥입니다.

 누리로와 ITX-청춘의 운영을 놓고 여객사업부와 광역사업부간의 갈등이 왜 일어나는가 하면 즉 대도시권 광역서비스와 장거리 간선여객서비스 둘 중 어느쪽에도 정의하기도 힘든 애매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보니(예를 들면 전부 수도권 전철구간에 편입된 구간인데 그 구간에 운행하는 누리로나 ITX-청춘의 특징은 과거 장거리 간선여객서비스 영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양 부서모두 그 열차의 운영주도권을 놓치고 싶어하지않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여객사업부: 엄연한 지정좌석제 등 장거리 열차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왜 광역사업부에서 가져가려고 하냐? 절대 내줄수 없다.

광역사업부: 이 구간은 최근이긴 해도 엄연히 수도권 광역전철구간이고 광역전철 중거리 서비스를 위한건데 왜 여객사업부 당신들이 뭐라하는가?

이러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할수 있으며 향후 장거리 간선열차가 EMU(전동차)화 될경우 언제든지 일어날수 있는 일이될수도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철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약간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좀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는 애초에 광역사업부와 여객사업부가 분리되어 있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대도시권 광역서비스와 장거리 간선여객서비스는 여객의 통행목적이나 이용 거리 등 여러가지면에서 다른 점이 분명히 존재하긴 하지만 그렇다해도 같은 여객취급파트인데 왜 분리되어 있는가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예 같은 여객운송사업부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듯 합니다.

 헌데 왜 시급한 사안임에도 코레일이 스스로 개혁에 착수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이유를 하드웨어적연 측면과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몇가지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설 등 하드웨어의 문제를 보면 승강장 등 시설이 대도시 근교열차와 중장거리 간선 여객열차의 일체화된 운영이 애초에 불가능하게 설정된 케이스가 많습니다. 특히 승강장 규격이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대도시 광역전철은 고상홈, 간선 여객은 저상홈이라는 2가지 규격으로 나뉘어져 있다보니 경부선 오산역이나 평택역의 경우 일본같으면 2홈 4선 형태로 충분할것을 4홈 6선이라는 다소 엽기적인?? 형태가 되버렸다고 합니다. 뭐 이렇게 된 이유는 이런 하드웨어적인 문제도 있지만 뒤에 서술할 소프트웨어적인 배경도 있긴 합니다만

 이야기가 나온김에 일본의 고상홈에 대해 논하자면 도시 근교열차든 특급열차든 전부 고상홈 방식이라 우리나라에서 무궁화호 타는것도 그냥 전철 타듯이 이용하는게 특징입니다. 이러다 보니 JR 노선의 주요역 승강장에는 바닥에 모든 정차열차의 승차위치가 새겨져 있어 어떻게 보면 약간 복잡한 양상을 띈다고도 하는데 다만 모든 노선의 역이 엄밀히 말하면 고상홈이 아닌 즉 지역별로 약간 홈의 높이차가 존재하는게 특징이라고도 할수 있겠습니다. 혼슈의 3대 도시권과 큐슈의 후쿠오카 도시권은 비교적 전동차의 바닥과 홈의 단차가 적은 편이지만 그외 지역으로 가면 꽤나 차이가 나는게 특징이라 어떤 경우는 열차를 타고 내릴때 계단 1단 오르내리듯 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특히 홋카이도쪽이 그런 경우가 많고 중심역인 삿포로역도 전동차 바닥과 홈 사이의 단차가 무려 계단 1단 높이인 경우도 있습니다.) 신칸센 승강장 높이는 또 1300mm라 같은 고상홈이라도 노선 유형에 따라 꽤 차이가 나는듯 합니다.

 이러다보니 근래 수도권 광역전철의 연장과 KTX 개업이후 장기적으로는 주간 간선열차의 EMU(전동차)화까지 등장하면서 이런 문제를 의식한 모양인지 누리로의 경우 아예 출입문 발판이 저상/고상 겸용으로 설계되어 나오는 등 언제까지 저상홈과 고상홈이 공존하는게 좋은가에 대한 논쟁이 철도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허나 문제는 저상이나 고상이나 나름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보니 사실상 어느쪽으로 결론을 내려도 딜레마가 생기는 상황이니 어느쪽으로든 결론이 나지 않는다고 할까나요(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 이야기가 또 길어지니 이 문제 에 대해서는 저상 대 고상에 관한 내용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소프트웨어측면에서의 문제도 존재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JR 요금 징수체계처럼 운임+급행.특급요금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즉 광역전철 운임과 간선 여객운임이 따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몇차례 제기된 바 있었고 경원선 의정부-소요산 전철화 이후 동두천 이북의 경원선 통근열차 문제와 외국인용 KR패스 이용자가 엄연한 코레일 관할 구간임에도 운임을 따로 지불해야 하는 등 폐해가 증가하면서 아예 따로노는 광역전철 운임과 일반 여객운임을 일원화 해야 한다는 여론도 증가한 상황입니다. 거기에 ITX-청춘에서 하차한 승객이 수도권 전철구간에서 부정승차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코레일 내부에서도 전혀 모르는것은 아니어서 실제로 ITX-청춘의 경우 어차피 전구간이 수도권 전철 구간이라 운임계산이 그리 복잡하지 않은 편이고 거기에 일정 거리별로 급행.특급요율을 적용이 가능한 구간이었던데다 교통카드 사용 가능 구간이니 JR동일본의 수도권 보통열차 그린차(1등차) 요금 징수체계 도입을 검토한 바 있었다고 합니다.

 이건 코레일이 마음만 먹으면 실현이 가능한 문제인데 그럼에도 왜 이것이 실현되지 못하는가 하면 이면에는 꽤 복잡한 문제들이 숨어있습니다. 현재 수도권 광역전철 운임은 수도권 통함요금제에 기초하여 산정되는데 이것에 코레일이나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인천메트로 등 철도사업자 외에도 서울시내버스와 경기도 시내버스 인천시내버스 등 여러 교통관련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입니다. 즉슨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손해를 본다고 해서 어느 한쪽만을 위해 조정한다는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하면 공통적으로 수도권 통합요금제 자체가 말단으로 갈수록 거리비례에 따른 운임배분에서 손해를 본다고 하는데 이러다 보니 말단 교통수단쪽에서는 사실상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는게 취약점이라고도 합니다. 코레일 구간의 경우 서울을 기준으로 했을때 오전 출근시간대 코레일 구간에서 승차 러쉬가 이어지니 그럭저럭 괜찮으나 퇴근시간에는 반대로 코레일 관할 구간이 말단이라 시간대별로 이익과 손해가 확연히 다르다는게 문제라고도 할수 있겠습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수도권 전철 운임 집계 전산망이 서울시 교통카드 사업자인 한국스마트카드에서 관리하고 있는터라 카드 수수료 등 여러가지 이유로 100% 코레일 관할 구간임에도 운임이 제대로 배분되지 않는다거나 단 1km의 코레일 관할 구간은 아예 몇십원도 배분되지도 않는다 등 수도권 전철 운임 관리체계에 대한 코레일의 반발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이러다보니 급기야 코레일이 수도권 전철 자사 구간 자체 교통카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천명하는 바람에 서울시도 상당한 진통을 겪는 등 코레일의 수도권 통합요금제에 대한 약간의 불신??도 상당한 문제가 되는듯 합니다.

 즉 코레일 입장에서는 수도권 통합요금제로 운임이 누수되는 상황에서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운임+요금 이라는 체계를 도입하기에는 다소 망설이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같은 나라에서 따로 놀고있는 승차권 체계인데 코레일 간선여객은 감열지방식, 수도권 광역전철은 1회용 교통카드, 부산지하철은 자성승차권, 대전.대구.광주지하철은 RF 코인 이렇게 지역별로 상당히 다른데 만약 코레일이 지방도시권 광역 서비스를 포함한 운임+요금 체계로 개편할 경우 이렇게 다른 승차권 체계를 일원화 해야할 필요성은 두말할 것 없는 잔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제는 어느 한쪽이든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고 일부는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던 만큼 딱히 어느게 좋다라고 잘라 말할수 있는게 아니라는 점과 코레일의 감열지 방식은 요새 무임승차에 대한 심리적 차단 차원에서 자동개찰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승차권 재질이나 규격에서는 그닥 적당하다고 하기에는 다소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기존 카드형 자성승차권이나 감열지를 대체할 새로운 승차권 매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도 할수 있겠습니다.

 

  여튼 누리로나 ITX-청춘의 운영을 둘러싼 난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의 과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데 어느쪽이든 골치아픈 문제이긴 하지만 이 과제들이 장기적으로라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코레일 여객열차 운영의 난맥은 계속 되풀이될 것임은 자명한 일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