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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서울메트로의 노후 차량 교체 물량 가운데 200량에 대한 국제입찰 계획이 나온데 이어 그것도 중국의 대표 철도차량 제작소인 CNR, CSR에 대한 시찰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철도차량 기술의 중국유출 가능성과 저질 전동차의 등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현재까지도 이 문제에 대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번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인한 철도차량 내구연한 재지정 논란, 거기에 수반된 서울메트로와 코레일의 노후차량 문제와 KTX-1의 급속한 노후화 문제 등 철도차량 산업과 관련하여 철도안전에 수반된 여러가지 이슈가 있었던 만큼 무엇이 문제인지 지난번 철도차량 산업과 관련된 이슈와 연계하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서울메트로의 이러한 방침 배경에는 코레일의 누리로 전동차 히타치 낙찰, 도시철도공사 7호선 증비용인 SR 전동차가 등장한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1999년 대우중공업과 한진중공업의 철도차량 부문을 현대정공으로 통합하고 이듬해 현대로템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출혈경쟁이다시피했던 철도차량 산업은 안정되었으나 서울 2기지하철의 완전 개업과 5대 지방 광역시 지하철의 개업 등 현대로템으로의 통합 이전 대비 철도차량 가수요가 급격히 증가한데다 로템의 경우 해외 철도차량 물량 증가까지 가세하면서 연간 생산능력 또한 포화상태에 육박하여 철도 운영기관에서 발주 이후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워진 것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즉 그 이전이었다면 한 업체가 물량이 밀려있어 발주하기 어려울때 생산 여유가 있는 제작사에서 발주하는게 가능한데 지금 현 상황에서는 현대로템 외에는 철도차량을 생산하는 곳이 없어 그렇게 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현실이니... 거기에 타이완 철로국에 납품한 대만판 PP동차의 결함에 수반된 문제 등 현대로템의 일부 철도차량 품질에 대한 신뢰성 논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상황이며 일각에서는 "로템이 독점적 지위에 의한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철도차량 가격은 높은데 비해 그렇다고 품질이 제대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라는 불만도 만연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문제의식만으로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딜레마가 있으니 바로 철도차량 산업의 성격과 가치에 관련된 특수성이라 하겠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철도차량 산업은 기본적으로는 중공업에 속하나 규모에 따라서는 로템이나 히타치제작소처럼 전자기술 등 고도의 기술을 개발하고 취급하기도 하며 이러한 고도의 기술은 국가 기술로 취급되기도 하는 등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다 업체 규모에 따라서는 방위산업체로 지정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상당수 철도차량 제작소들이 공장내 사진촬영을 제한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국가마다 약간 다른 양상을 보이겠습니다만 철도차량 산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국가별 1대표 업체라는 식으로 국가기술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관리하는 실정이고 이러한 측면에서 로템의 독점체제에 의한 철도차량 발주후 납기까지의 기간 문제 등과는 별도로 국가 기술보호와 육성차원에서의 지원과 대책이 요구되기도 하는 상황입니다. 일본의 경우 좀 특수한 사례이긴 합니다만 신칸센 차량의 경우 공개 입찰보다  히타치제작소, 가와사키중공업, 일본차량 3사 지정 분산발주로 조달하는 것도 철도차량 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철도차량 조달체계 원활화라는 기본방침을 유지하되고정 발주 물량을 일정하게 하여 철도차량 제작사들의 지속가능한 경영 여건 조성이 목적이니...

 

 이번 논란의 열쇠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KTX나 특급형 차량의 경우 계속 로템에 캐파를 몰고 기술개발에 대한 국가 기술차원에서의 디펜스 대책과 품질에 대한 관리감독을 명확화하는 한편 스테인레스 통근형 전동차같이 표준 양산품이 되다시한 품목은 제작사를 다변화하여 로템 외의 중견 제작사들의 참여를 통한 철도차량 조달체계 원활화가 핵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 철도차량 제작사였던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한진중공업 3사를 통합하는 구조조정으로 철도차량 시장에서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저질전동차 등의 폐해를 개선하는 것은 성공했으나 이후 서울 2기지하철의 완전 개업과 지방 광역시 지하철의 완전개업 등 철도차량 수요의 급격한 증가로 발주에서 인도까지 최대 3년이 걸리는 등 철도 운영기관 입장에서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거기에 전술한 타이완 철로국의 로템제 디젤동차 결함으로 JR큐슈 885계 베이스 틸팅 전동차를 발주한 사례처럼 가격은 높은데 초기 하자 등 퀄리티는 그 이전만도 못하다는 불만도 상당한 상황인데 이러한 철도운영기관에서의 품질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시정하기는 커녕 히타치의 누리로 전동차 수주 방해와 로윈/도시철도공사 합작의 SR프로젝트를 로비력으로 뭉개는 등 자사 제품의 품질에 대한 개선보다는 철도차량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유지에만 골몰하다가 중국측에서의 가격경쟁력과 물량공세를 정면으로 얻어맞는 결과를 자초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격 경쟁력에서 모자라면 그만큼의 부가가치와 퀄리티는 당연히 따라와야 하는데 로템차 치고 초기결함으로 고생 안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하다는 불만을 그대로 찌른 셈이니...

 결국 이번 서울메트로 노후차 200량 교체 물량을 둘러싼 현재 작금의 상황은 철도 운영기관, 철도차량 제작사 등 철도차량 관련된 이해관계 당사자 모두가 win-win하기위한 노력보다는 그저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콩고물들이 자신들 영역으로 떨어지고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즉 제사에서 제사 그 자체보다 제삿밥에나 관심을 기울인 결과의 댓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