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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와 관련된 사례로 일본의 국철 민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철도민영화를 지지하는 논거중 하나가 일본의 철도민영화입니다. JR 출범 이후 혼슈 3사인 동일본, 동해, 서일본은 과거 국철의 명성을 회복할 정도로 수익성 기조를 회복했으며 이들은 신칸센과 대도시 통근, 장거리 특급 수입으로 지방 노선의 유지라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다 이후 새로운 차량의 꾸준한 도입 등 과거 국철시절의 후줄근한 모습을 벗어난것 처럼 보입니다.

허나 그 이면에는 국가가 국철 시절의 장기채무를 절반 이상 처리했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국철 말기에 그렇게 했었다면 일본국유철도의 해체는 피할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국철의 장기채무는 철도건설공단 출범 이전 도카이도신칸센 건설과 새로운 차량 도입, 적자로 인한 차입금에 의해 성립되었는데 사실 이 부분까지는 당시 국철의 영업 성과내에서는 충분히 해결이 가능했던 수준이었습니다만 철도건설공단 출범 이후 노선 인수에 대한 30년 균분상환 부담이 부가됩니다. 거기에 철도건설공단은 국철의 필요가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의 노선 건설을 멋대로 추진하고 그 청구서를 국철에 들이미는 식의 관행이 이어지면서 악성채무라는 국철의 망조에 제대로 기여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추진된 철도노선 건설만 해도 상당한 수준이었는데 세이칸터널, 도호쿠신칸센, 죠에츠신칸센, 세토대교 등으로 도호쿠신칸센이야 동일본의 수도권에 이은 제2의 달러박스이긴 하지만 나머지는 좀 어정쩡한 쩌리들에 지나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이칸터널이나 세토대교는 그나마 지역간 대동맥의 연결이라는 큰 역할이 있는데 죠에츠신칸센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것에 가까운데다 문제는 거기에 들어간 투자액만 엄청났다는데 있습니다.

그 외에 퇴직자에 대한 연금, 민영화 이후의 고용대책 등도 부채의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이 부분까지 해서 JR 출범과 동시에 철도경영에서 분리하여 이자 및 채무 상환 부담을 어느정도 완화한 것이 현재까지 안정적 경영이 이어지게 하는데 기여한 바 있습니다.

 

거기에 민영화 이전 수차례 실시한 지방교통선 분리와 신칸센 건설에 따른 병행 재래선 분리 또한 큰 역할을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과거 국철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화물이나 간선간 연락목적으로의 사철 매수와 근래 철도건설공단을 매개로 한 정치인의 장난질로 탄생한 것까지 해서 상당한 수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국철이 적자 전환시점부터 폐지할 노력은 지지부진했으나 1980년대 대량학살이 일어나게 됩니다.(특히 홋카이도의 수많은 지방교통선들이 그 대상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라진게 절반을 넘지만 그중 일부는 뒤늦게 철도의 가치를 발견한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의 기업들이 인수하여 경영을 이어받게 됩니다. 그 중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인수한 노선들은 민관 합작의 운영법인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이 제3섹터의 개념입니다.

제3섹터의 출범이야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으로 철도를 연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국철시절에도 잘안되는 노선들이 갑자기 잘되는 경우는 아니어서 일부는 조금씩 사라지게 됩니다. 제3섹터 중에서도 성공한 케이스가 몇 있는데 대부분은 신칸센이 없는 지역의 교통흐름을 파악하여 특급열차를 운행하는 케이스로 국철의 그나마 괜찮은 조건의 노선을 이어받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치즈급행 치즈선, 호쿠에츠급행 호쿠호쿠선 등)

1997년 나가노신칸센 개통으로 신에츠본선의 일부 구간을 지방에 이양하는 재래선의 경영분리가 등장하게 되는데 즉 돈되는 신칸센은 JR이 계속 운영하나 향후 미래를 장담할수 없는 기존 재래선을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는 구조가 성립하게 됩니다. 명분이야 간선의 기능을 상실한 만큼 지역에서 형편에 맞게 운영하는 형태이나 결국 적자가 예상되는 노선을 잘라내는게 본질이라 하겠습니다. 이건 뭐 기존선과 고속선의 궤간이 다르기에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여튼 과거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결과를 국가가 스스로 책임지는 셈이 되어 누적된 막대한 채무를 부담해준 결과 본토 3개사는 우량기업으로 잘 나가는 모습이 현재이긴 합니다. 주식시장에 상장되면서 주식매각수익으로 채무상환도 가능했으니...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직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본토 3개사야 잘 나가는 상황이지만 JR 화물과 3개 섬 회사들(큐슈, 홋카이도, 시코쿠)은 여전히 준공영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이 회사들은 경영안정기금이라는 돈을 펀드처럼 보유하면서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경영보조금으로 사용하는 체제가 있는데 주식의 보유 또한 국철청산사업단이 보유하는 형태로 명목상으로나마 국가의 직접 보유 지분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런 구조가 탄생한것도 과거 국가가 정치적 목적으로 국철 경영을 전횡하면서 이러한 결과를 자초했으니 만큼 정부의 간섭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결과랄까....

문제는 아직도 이 회사들의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며 경기침체와 저금리로 인해 경영안정기금마저도 목표 이하인 상황인데다 결국 운임인상이 발생하면서 본토 3개사와의 격차로 인해 경영안정기금을 증액하는 등 공적 지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JR큐슈야 인제 좀 안정기조로 나아가고 있긴 하지만 시코쿠와 홋카이도는 여전히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홋카이도는 최근들어 악재가 연달아 터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야 할 상황입니다.

 

결국 어떻게 보면 전반적으로 잘 나가고 있기 보다는 돈되는 부분을 분리하여 민영화하고 과거의 장기채무나 지방교통선의 부담은 국가 등 공공이 부담하는 체제라 하겠습니다. 즉 돈되는 부분과 돈이 안되는 부분을 분리하여 잘라내는 형식이다보니 결과적으로는 전반적으로 철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할까나....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들을 국민주 형식으로 분배한게 다행이긴 한데 상술했다시피 전반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감안하면 단 한번의 혁신으로 대단한 것을 일구어냈다고 하기에는 좀 어려운 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근본적으로는 철도 경영을 둘러싼 정치적 장난질이 자초한 결과이니...

 

ps: 오늘 보니 철도산업법 개정안 입법을 예고했다고 하는데 기어코 사고를 치려는 모양인듯 합니다. -_- 뭐 그래봐야 국회선진화법이 가로막고 있고 정부 여당 내에서도 이것이 제대로된 해법인가 하는 논란이 있는걸로 압니다만 그래도 좀 걱정스러운 면이 있는건 부인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ps: JR홋카이도의 상황을 보면 정말 끝이 안보이다 싶을 정도로 암담합니다. 이러다가는 출범 이후 HEAT 시리즈로 철도의 중용을 위한 처절한 노력마저 수포로 돌아가는건 아닐지 심히 걱정이 된다 하겠습니다. 이 터널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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