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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정책과 칼럼

방심의 대가??

도곡역 2013. 9. 1. 00:44

아침벽두부터 대구역발 악재가 터지는 바람에 혼란스럽습니다.

오전 7시 15분경 대구역에서 KTX 통과를 대기하던 무궁화호가 갑자기 본선으로 진입하여 통과중이던 KTX의 측면을 들이받아 탈선하면서 불행히도 반대편을 주행하던 부산방면 KTX마저도 사고에 휘말리는 바람에 하루 종일 경부선 전체가 혼란을 빚었습니다. 천만 다행으로 사망자가 하나도 없다는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그렇습니다.

 

아직 사고원인은 조사중이라 섣불리 말하기는 좀 곤란한 면이 있는데 일단 정황으로는 무궁화호의 기관사가 신호를 잘못보고 부본선에서 본선으로 진입하려고 하다 통과중인 KTX와 접촉한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아직 사실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또 한가지 의미심장한 내용이 있었으니 철도 노조에서 1차적으로 신호를 확인하고 출발/정지 지령을 해야하는 여객전무(차장)의 열차 승무 경험 미비 등 비숙련자의 중대 업무 배치와 비숙련으로 인한 판단 오류도 사고에 한몫 했을지도 모른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참고로 이것이 무슨 말인가 하면 기관차 견인 열차의 경우 많이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출발할때는 열차가 완전히 승강장을 벗어날때까지 여객전무는 출입문을 연 상태에서 후방을 확인하고 승강장을 벗어난 후에 비로소 출입문을 완전히 폐쇄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선행열차를 위한 대피에서도 여객전무는 담당 출입문을 열고 선행열차가 완전히 통과하는지에 대한 여부와 선행열차의 통과 후 출발신호가 떨어질때까지도 주위를 감시하고 있다가 신호가 떨어지는것을 확인하고 출발 지령을 보내는게 관행입니다. 아까 철도노조측에서 제기한 무궁화호 열차 여객전무의 업무 규정 비숙련 문제도 이것을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에서 사고 현장을 확인하자마자 97년 JR 츄오선 오츠키역 구내 사고가 오버랩되었는데 뭐 근본적 원인은 전혀 다르긴 합니다만 부본선측 열차의 무단 발차로 인한 본선열차 충돌.탈선이라는 점에서는 여러모로 공통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뭐 아직은 조사중인 사안이고 좀 중대한 사안이라 원인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관계로 이렇게 말하기는 다소 곤란하긴 합니다만 최근 코레일을 둘러싼 일련의 정부정책이 결국 철도 현장의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고 그 결과 오늘의 대구역 구내 사단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여러모로 따져볼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해당 열차 여객전무의 업무 규정 미숙련 가능성은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이 코레일 내부 인력의 적절한 배치마저도 불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한 결과가 오늘의 사단을 불러온 것은 아닌지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할 일로 보입니다.

그래봐야 어제에 이어 오늘도 세곡동에 있는 모 부서를 앞세워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정황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정부의 귀에 철도 현장과 영업의 모럴 해저드는 그냥 개짖는 소리에 지나지 않을게 분명하긴 합니다만...